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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정의란 존재하는가에 관한 질문

사람들의 갑갑증이 심각해지고 있다. 불신과 혐오가 판을 친다.
트럼프 현상, 브렉시트, 거리에서 마약상을 즉결 처형하는
필리핀 두데르테 체제에 대한 열광...
우리 사회의 모습도 정도만 다를 뿐
끓어오르는 에너지의 방향은 비슷하지 않을까.

이유는 기존의 법치주의 시스템이
더 이상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인권, 소수자 보호, 다양성 존중,
민주주의, 법치주의를 믿지 않는다. 냉소한다.
강력한 힘으로 이 답답한 세상을
누군가 쓸어버리길 바라는 목소리가 커져간다.

그럴 만도 하다.
기존의 시스템은 아름다운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부패, 무능, 엘리트주의, 관료주의로
오작동을 일삼아왔기 때문이다.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분노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제대로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드높다.
사람들은 '사이다'에 대한 갈증으로 목이 타들어간다.

여기서 일종의 사고실험을 해보자.
정체불명의 역병이 휩쓸고 가버린 가상의 디스토피아 대한민국에
사람들이 원하는 정의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히어로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그의 무기는 대중의 지지다.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법정을 리얼리티 쇼로 만들어낸다.
국민의 관심과 열광을 동력으로 낡은 사법 시스템을
국민이 바라는 모습으로 신속하게 바꾸는
혁명적 실험을 시도한다.

완전히 새로운 재판이 벌어지는 법정을 무대로,
사람들이 욕망하는 '정의'가 사이다처럼 쏟아진다면?
'다수의 뜻' 그대로 재판이 이루어진다면?
그렇다면 진짜로 정의가 실현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이는 재판뿐 아니라
정치, 사회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관한
상상이기도 하다.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법정물

'악마판사' 강요한은 솜씨 좋은 요리사처럼
자신의 법정에서 피고인들을 요리한다.

한니발 렉터 박사가 사람의 뇌를 한 조각씩 떼어 내어 요리하듯
부와 권력의 갑옷으로 무장한 피고인들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고 나면 남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욕망과 공포가 그들을 움직이는 동력이었는지.
그들이 자신을 지켜 주리라 믿었던 동료와 부하, 가족들은
정말 위기의 순간에 그들의 곁에 있어주는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실을 보여준다.

미디어 재판이라는 설정이 가미되어 있긴 하지만,
현실감 넘치는 법정물로서의 재미와 의미는
정통 법정물 못지않을 것이다.
법과 정의, 인간사회의 미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기 때문이다.

'악마판사'는 정말 악마일까?

그는 철저히 '국민의 뜻'에 따른 재판을 추구한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다수가 바라는 정의를 파악한 후
이에 맞는 결론을 도출한다.
그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게 여러분이 원하시는 정의 아니었습니까?
여러분이 진짜 원하는 게 뭐죠?

티브이로 생중계되는 그의 법정은
결국 그걸 지켜보는 우리들 안에 숨은 민낯을
비치는 거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