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소개

이현규 / 29세 (강태오)

이현규 / 29세 (강태오)

카페 사장

그에게서는 늘 비누냄새가 난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어디 가서 물에 빠져 죽을까봐 시킨 수영이었다. 그런 아들이 어린이 취미 수영에서 시작해 안 죽고 수영선수까지 되리라고는 이 과보호 부모들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딱히 세계 최고를 노리진 않았지만 공부보다야 물속에 있는 게 좋았기 때문에 교복 대신 수영복을 입는 생활에 만족했다. 소독약을 푼 물 속에 하루를 보내다보면 언뜻 언뜻 제 몸에서 소독약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하루에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몸을 빡빡 씻었다. 그래서인지 그에게서는 늘 비누냄새가 났다. 늘 땀 냄새로 범벅인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그의 비누냄새는 독보적이었다. 여학생을 떼로 홀리기에 충분한 냄새였다. 그 떼 중에서 그녀도 있었다. 나지나. 현규의 첫사랑이었다.


소년은 자라지 않고,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열여덟 지나는 다짜고짜 쳐들어와 무슨 멱살을 잡듯 고백했다. 좋아해! 열여덟 현규는 그 고백에 멱살 잡혀 단시간에 사랑에 빠졌다. 손 하나 잡기도, 발 맞춰 걷기도 어려운 풋사과 같은 사랑이었다. 그 풋사랑이 소년을 움직였다. 평생 하지 않은 공부를 시작한 것도 그 사랑 때문이었다. 오로지 지나와 가까이 있기 위해서. 그러려면 반드시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야 한다. 안타깝게도 현규의 여자친구 지나는 공부를 그럭저럭 잘했기 때문에. 그러나 사랑은 결코 만능이 아니었으니…….

해보지 않은 공부가 체질에 맞을 리 없었고, 현규는 흐르는 대로 흘러가다 벽에 부딪치면 그대로 도망치는 인간이었기에 그의 강한 의지는 곧 강한 도망의지로 변하고야 말았다. 그러다가 결국 현규는 도피유학을 선택했다. 사랑으로부터, 쪽팔림으로부터 도망친 거였다. 그렇게 현규의 첫사랑은 흐지부지 끝났다. 도망침으로써.


두 번째 성장통.

수영을 해왔으니 수영을 계속 했을 뿐 그리 큰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는 곧 수영을 접었다. 수영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자신과는 차원이 다르게 수영에 진지한 인간들이 많았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이 일 저 일 기웃거리다 과보호 부모를 졸라 카페를 차렸다. 같이 사는 주익을 졸라 주익이 관리하는 건물 1층에 저렴하게 세도 들었다. 모두를 졸라 차린 카페는 성황이었다. 수영으로 다져온 몸매와 쓸 만한 미소가 그의 영업비법이랄까. 그렇게 나름 스물아홉의 멋진 남자로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지나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나를 만나고 나서야 현규는 자신이 똑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은 끝없이 도망만 치고 있었다. 모자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노력하지 않았고, 끝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항상 멈춰 서고야 말았다. 현규는 그만 도망치고 싶었다. 이제 그만 성장하고 싶었다.

현규는 이번에야 말로 부딪쳐서 깨져보려고 한다. 이 사랑이라는 벽에. 나지나라는 놓쳐버린 골인지점에. 해온 게 수영뿐이라 출발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건 도가 텄다. 결과는 고개를 들어봐야만 알 것이다. 승자가 누구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막 휘슬이 울렸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