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소개

차주익 / 33세 (이수혁)

차주익 / 33세 (이수혁)

라이프스토리 웹소설 편집팀장

타고난 여유에는 이유가 있는 법.

주익은 요즘 애들의 장래희망이다. 참고로 요즘 애들의 장래희망은 유투버, 연예인, 공무원, 건물주, 건물주의 자녀 등이 되시겠다. 그 중 제일 되기 힘든 것이 건물주의 자녀. 이유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직업(?)이기에 그렇다. 원했던 스펙은 아니었으나 달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니 저도 저만의 길이 있다구요! 아버지의 뜻대로 사는 그런 삶은 살지 않을 거예요! 하고 울면서 포르쉐로 강남 한복판을 질주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주익은 주제파악이 잘 되는 사람이었다. 노력해서 이룬 것이 아니니 내세울만한 것도, 그렇다고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제파악은 주익이 가진 것 중 가장 큰 재능이었다. 주익의 배경을 모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평가했다. 사람이 묘하게 여유 있어 보여. 그럴 때마다 주익은 그저 씩 웃고 말았다. 묘하게라뇨. 대놓고 여유 있는데.


모든 것은 계획대로 완벽히 꼬이고 있어.

주익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사람이었다. 때문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원은 해주었으나 퍼붓지는 않았으며 카드 믿고 빈둥빈둥 노는 꼴을 절대 봐주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재능을 살려 취업을 했다. 주익의 재능, 주제파악. 출판업계는 그것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업계였다. 고르고 골라 아버지 건물에 세 들어있는 출판사에 취직했다.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물 흐르듯 건물관리를 맡기며 펜트하우스를 내줬다. 모든 것이 우연 같았으나 사실 모든 것이 주익의 계획대로였다. 출퇴근이 쉽고 빠른 곳을 직장으로 삼아서 시간을 죽이다 아버지의 수많은 건물 중 하나, 되도록이면 관리하는 이 건물을 물려받는다. 그 사이 수입은 편법으로 증축해나간다. 될성부른데 아주 조금 모자란 작가를 골라 출판사 모르게 1대1로 인센티브 계약을 하고 그들의 웹소설을 최선을 다해 TOP 10위권 안으로 올려놓는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허나 주익은 몰랐던 것이다. 시간을 죽이는 것. 되도록 오래오래 죽이는 것. 그것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었음을. 게다가 될성부른데 조금이 아닌 아주 모자란 작가 중에 그녀가 있을 줄은. 주익의 완벽한 계획은 그렇게 완벽하게 꼬여가고 있었다. 완벽. 주익이 호구만 아니었다면 쓸 수 있는 표현이었을까?


떡 하나 줬더니 잡아먹던데요.

모든 것이 그 빌어먹을 떡 때문이다. 떡의 역사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옆집 수영꼴통이 과외 구한다니까 내일부터 옆집으로 출근해." 아버지의 말 하나로 주익과 수영꼴통, 그러니까 현규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 인연이 끈질기게 십년을 이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떡처럼 끈덕하게 현규는 주익의 팔자에 들러붙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그 떡을 안 주는 건데.

수능 전날 과외 선생 노릇한답시고 줬던 떡 하나가 파국을 불러왔다. 떡의 나비효과라고나 할까. 그 떡을 먹고 급체한 현규는 수능시험장 대신 병원 응급실로 향했고, 그 바람에 도피유학을 가게 되었고, 그 바람에 사귀던 지나와 헤어지게 되었고, 그 바람에 그 일이 터지고야 만 것이다. 그리고 그 일 때문에 지금, 9년 후에 주익은 되도 않는 작가랑 계약을 하게 되었다. 이 되도 않는 로맨스작가 나지나와.

되도 않는 로맨스는 장사가 되질 않는다. 되도 않는 로맨스만 겪은 작가 또한 장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제대로 알려주려고 했을 뿐인데. 정말로 그뿐이었는데. 왠지 이 알려주는 로맨스에 흔들리는 건 그녀가 아니라 자신인 것만 같다. 로맨스의 무서운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그걸 깨달은 순간 주익에겐 새로운 계획이 생긴다. 세상은 그 계획을 짝사랑이라고 부르지만. 자고로 계획은 꼬이라고 세우는 법, 최고의 짝사랑에는 최고의 시련이 따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