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소개

나지나 / 29세 (신도현)

나지나 / 29세 (신도현)

웹소설 작가

작가치고 예쁘시네요.

소싯적에 아이돌 해볼 생각 없냐는 제안을 숱하게 받았더랬다. 학창시절 번호 없는 문자로 사랑고백을 받은 경험도 다수 있었더랬다. 근데 이상하게 작가가 되고나서부터 자꾸 이런 소리를 듣는다. "작가치고 예쁘시네요.", "작가처럼 안 생기셨어요." 칭찬이라고 하는 걸까 시비라고 거는 걸까? 아, 예. 제가 눈이 한 세 개쯤은 달렸어야 했는데 거 미안하게 됐수다. "로맨스소설을 어떻게 그렇게 잘 쓰시나 했더니 연애를 많이 해보셨나봐요." 이건 칭찬도 시비도 아니다. 그저 나 혼자 아플 뿐. 말로 맞은 자리가 아파서 지나는 언제나 애매하게 웃고 만다. 잘 쓰지도, 많이 해보지도 못한 것이 못내 쓰려서.


비법은 없구요. 인소와 판소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처음부터 작가가 될 생각은 없었다. 다년간 다져진 인소와 판소 구독 실력이 지나를 여기까지 자연스럽게 이끌고 왔을 뿐. 자고로 고급독자 3년이면 클리셰를 읊고 클래식을 꿰뚫는다 했다. 그 클리셰와 클래식이 감히 자신을 언어영역 1등급에 이어 국문과까지 진출하게 했노라고 지나는 회상한다. 왜 혼자 회상씬을 찍고 있냐면 눈앞에 하얀 한글창이 있기 때문이다. 원래 글 쓸 때는 글 쓸 생각 말고는 별 생각을 다 할 수 있는 법이거든.

통장에 첫 정산금액이 찍힌 날, 지나는 바로 회사를 그만뒀다. 그대로 겁도 없이 직업작가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나를 고용하고, 내가 나를 부려먹고, 내가 나를 혼내야 하는 이 프리랜서의 길이 이토록 꽃길일 줄은.


꽃길은 꽃길인데 장미꽃길이야. 예쁜데 아퍼. 엄청 아퍼.

첫끗발이 개끗발이라고 했던가. 별 생각 없이 쓴 첫 작품이 중박을 치고 고통과 노력을 쏟아 부은 두 번째 작품은 폭망했다. 짧게 끝내고 다음 작품에서 대박을 노리자는 담당 편집자 동경의 말에 가타부타 말없이 연재를 종료했다. 그리고 다시 칼 갈아 준비한 세 번째 작품은… 대폭망. 그래, 거기까진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첫 연재, 첫 회부터 꾸준히 댓글을 달아 왔던 독자가 네 번째 작품에 [실망이네요] 댓글을 단 순간 지나 안에 있는 인내심과 자존심 그 외 등등 심心이란 심心은 다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모든 종류의 심心을 위해 악마의 손이든 귀신의 손이든 잡겠다고 생각한 순간, 눈앞에 차주익이 나타났다. 손대는 모든 웹소설을 TOP 10 안에 반드시 올려놓는다는 그 신의 편집자 차주익이. 근데 그 유명한 차주익이 아는 얼굴일 줄은 몰랐는데?

차주익이 자신이 아는 그 얼굴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과거에서 온 악마, 흑역사에서 온 귀신. 그것은 차주익이 아니라 자신이다. 이것은 하늘이 주신 벌인가 기회인가. 기회지, 기회야. 암. 하지만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는 일이 이토록 견고한 스킨십을 요하는 일인 줄은 미처 몰랐는데. 몰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그러나 모르고 해버린 것들은 언제나 위대하고 위험한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