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소개

황은산 (도공)

황은산 (도공)

어려서부터 흙으로 빚는 건 뭐든 잘했다. 일본, 청나라, 러시아 등등 모두가 그의 작품을 탐내는 조선 최고의 도공이다.

천재에겐 소문이 많기 마련이다. 주정뱅이, 성격 괴팍한 괴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기분파. 소문은 모두 사실이었다. 일주일도 못 견디고 떨어져 나가는 제자가 숱했으며, 은산을 찾아 바다를 건너온 수집가들은 백자는커녕 은산의 그림자 구경도 못하고 쫓겨나기 일쑤였다. 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백자를 미련 없이 단골 주막에 던져주기도 한다.

그의 소문 중에 빠진 것이 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백정, 궁녀, 양반, 천민, 가파치로 구성된 의병대의 수장이 바로 황은산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30년 전 아홉 살 유진의 생명의 은인이 바로 황은산이란 것이다.

장승구 (포수)

장승구 (포수)

아비가 조선 제일의 호랑이 사냥꾼이었다. 해서 승구 역시 포수가 꿈이었다.

아비와 함께 나선 신미년 전쟁에서 미 해병대의 무자비한 폭격에 아비를 잃었다. 은산 아재는 친우의 죽음을 의로운 죽음이라 했으나 승구의 생각은 달랐다. 승구는 포수 대신 역적이 되기로 했다. 제 나라 백성도 지키지 못하는 임금, 이 나약하고 비겁한 조국을 제 손으로 탕탕 부수기로.

궁에 있는 위정자들을 극도로 싫어한다. 더러운 정치질로 망국에 일조하느니 홍파(주모)에게 꿩이나 잡아다 주는 게 애국이다, 라며 주막에 들러 백숙 한 그릇에 잡은 토끼와 꿩까지 내주고 온다. 매사에 신중하고 말수가 없는 조용한 성정은 총을 쏠 때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들짐승이든 날짐승이든 장포수의 총구는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그런 그의 조용한 인생에 애신이 들어오고부턴 매일이 시끄럽다. 애신은 질문이 많았다. 애신에게 그는 항상 답을 갖고 있는 인생의 스승이자 존경하는 명사수였다. 애신을 때론 딸로 또 때론 생사를 나누는 동지로 각별히 아낀다.

고사홍 (애신의 조부)

고사홍 (애신의 조부)

정승만 10명 배출한 조선 최고 명문가로, 그 또한 구휼에 앞장선 염근리(廉謹吏-살아 있을 때 받는 청백리)로, 임금에겐 신임을, 백성들에겐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사노비 폐지 땐 전답을 고루 나눠주는 등, 약자에게 따뜻하고 강자에게 가차 없는 진정한 선비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살아내기에 작금의 조선은 몹시 언짢다. 나라는 신문물이 흘러들어 경박해지고 위정자들은 매국노와 다를 바 없으며 젊은 선비들은 목적을 잃고 사방으로 흩어지니 통탄할 노릇이었다.

무슨 태몽을 꿨었던가. 아비보다 먼저 가는 자식을 둘씩이나 두니 그 또한 단장지애였다. 사는 게 욕이었으나 제 아비를 꼭 닮은 손녀 때문에 죽을 수도 없었다. 조선은 나날이 위태로워지는데 애신은 제 아비처럼 몸을 숨긴 투사로 그 모든 시간을 지나가는 중이었다. 손녀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애신을 장승구에게 보낸 건 그런 이유다. 꼭 싸워야겠거든 꼭 이기라고. 죽지 말라고.

이완익 (친일파)

이완익 (친일파)

리노이에 히로아키(李家 広明:광명).

함경도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위로 누나 둘, 아래로 동생 하나가 굶어 죽었다. 지주의 눈 밖에 나 소작 붙이던 손바닥만 한 땅도 빼앗긴 탓이었다. 완익은 부모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깨달았다. 완익은 어린 누이를 지주의 소실로 주고 받은 돈을 미국 선교사에게 갖다 바쳐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완익은 머리가 좋았다. 영어를 알아듣고 제법 떠듬거리기까지 몇 해 안 걸렸다. 그 덕에 미국 선교사의 추천으로 신미년 미국 제독의 통변 자리까지 얻어냈다. 미군의 고래등 같은 함선에서 건너다 본 조선은 약한 나라였다. 앞으로의 대세는 일본이었다. 조선의 위기는 완익에겐 기회였다. 완익은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어는 영어보다 배우기가 훨씬 수월했다.

삼개국어에 능통한 그를 전 세계인들이 찾기 시작했다. 언어는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에게 큰 광명을 안겨주었다. 일본인이 미국인이 조선인이 모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그 순간 완익은 깨달았다. 아무 것도 갖고 태어난 게 없다고 생각한 자신이 아주 커다란 것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을. 팔면 아주 큰돈이 될 거라는 것을.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조선(朝鮮)이었다.

모리 타카시 (森 隆史)

모리 타카시 (森 隆史)

동경에서 일왕 다음으로 유명한 화족(華族-메이지 유신 이후 새롭게 개편한 귀족계급) 집안의 장남. 국비 장학금으로 뉴욕에 올 만큼 비상한 머리의 인재로 세계정세에 밝고 조국 일본의 근대화에 앞장서고자하는 뼛속부터 애국자다.

그가 미국으로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제국주의 미국을 몸소 체득하기 위해. 유진과는 뉴욕에서 동양인 아파트 이웃사촌으로 2년을 함께 보냈다. 유진은 조선으로, 타카시는 조국으로, 각자의 길을 가야 하는 두 젊은이는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김안평 (대지주)

김안평 (대지주)

김희성의 아버지. 대대로 대지주 집안의 2대 독자. 조선에서 김가네 집안 땅 안 일궈본 소작농 없고 김가네가 등 안 처먹은 소작농이 없다할 정도로 악덕 지주였던 아버지 밑에서 숨만 쉬며 살다보니 겁이 많고 손이 작다. 가진 것을 불릴 재주도, 나눌 주제도 못 되는 자린고비다.

망해가는 조선의 만석꾼보다 떠오르는 일본의 천석꾼으로 사는 게 낫다, 가 그의 지론이다. 하여 부친이 죽고 물려받은 어마어마한 재산으로 개화든 매국이든 하려 하지만, 아무도 시켜주는 이 없고 소식통도 없어 항상 한 발씩 늦는 웃픈 인물이다.

윤호선 (희성모)

윤호선 (희성모)

조선 팔도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안방마님이니 남부러울 것 없이 떵떵거리고 살 법도 하건만 악독한 시아비의 횡포에 저잣거리 평판은 바닥이고, 눈치 없는 서방 탓에 날마다 뒷골을 잡는다.

딱 하나 있는 아들 희성은 머나먼 유학길에서 돌아올 기미도 없으니, 어찌 지켜낸 아들인데... 서운하기 짝이 없다. 이놈새끼 돌아오기만 해봐라... 혼쭐을 내 줄 것이야! 하면서도, 때마다 희성이 기별 대신 보내는 비단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 고운 비단보는 호선이 평생 죄책감으로 지고 살 마음의 빚이다.

고애순 (애신의 사촌 언니)

고애순 (애신의 사촌 언니)

아버지 얼굴 모르고 크긴 저나 애신이나 마찬가진데 어쩌자고 할아버진 애신이 저 년만 싸고도시는 건지 생각할수록 분하다. 열일곱에 시집 가 십 년이 넘도록 애가 들어서질 않으니 남편은 소박 대신 소실을 들였고, 소실이 떡하니 아들을 낳고 나선 애순의 얼굴에 멍이 가실 날이 없다.

서러운 팔자에 유일한 낙이라곤 ‘글로리 빈관’ 뒷문을 드나들며 귀부인들과 노름이나 하는 것이다. 다만 노름에 소질이 없이 매일 탕진이니 가락지며 옥비녀며 있는 족족 팔아 치우느라 전당포를 제 집 드나들 듯 드나든다. 아 이 놈의 팔자.. 기분도 우중충한데 애신이 이 년이나 찾아가 화풀이나 할까? 어라? 근데 이 계집애는 왜 볼 때마다 몸에서 화약 냄새가 나지?

일식이, 춘식이 (전직 추노꾼)

일식이, 춘식이 (전직 추노꾼)

한 때 최고의 추노꾼이었지만 노비제가 폐지되면서 돌연 실직하고 망연자실 하였다가 세상을 읽는 눈은 있어 전당포 [해드리오]를 개업한다. 물건 맡기고 돈 달라는 손님보다 사람 찾아달란 손님이 더 많아 흥신소라고도 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온갖 걸 다 해주니 만물상이라고도 한다.

나날이 손님이 많아지나 손은 둘이면 충분했다. 도화서 관원 출신인 그림의 명수, 복사한 듯 문서를 베끼는 위조의 명수. 한성 바닥서 소문에 가장 빠르고, 안 되는 것 없이 모든 게 다 되니 신통방통이다. 말년에 한탕 크게 챙겨 조선 땅 뜨는 게 목표였지만 얼토당토않게 의병으로 큰 공을 세우는 비운(?)의 형제다.

조씨 부인 (애신의 큰어머니)

조씨 부인 (애신의 큰어머니)

사홍의 맏며느리이자 애신의 큰 어머니다. 고씨 가문의 안주인. 사대부의 무남독녀 금지옥엽으로 자라 내로라하는 고씨 가문의 장남에게 시집 올 적만 해도 다들 부러워하는 인생이었다. 그녀의 인생이 망조가 든 것은 천주를 믿었던 친정에 불었던 한 차례의 태풍과 지아비의 순국(殉國)이었다. 혼인한지 석 달 만이었다.

남편의 초상을 치르며 입덧을 했고 유복자 애순을 낳고 몸조리를 끝내기도 전에 시동생 상완의 핏줄인 애신이 고씨 가문으로 툭 떨어졌다. 젖먹이 둘을 키우며 속 시원히 한번 울지도 못했다. 시부(媤父) 사홍의 슬픔의 깊이를 감히 가늠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집안의 가노들에게 무뚝뚝하고 다정하진 않지만 사홍에게만은 둘도 없는 효부다. 차별 없이 키운다고 키웠으나, 혼기가 차고 넘치도록 혼인을 못하는 애신이를 보면 자기 탓인가 싶어 마음이 무겁다. 때때로 함안댁을 앉혀놓고 대낮부터 술상을 들여 신세한탄을 하기도 한다.

행랑아범

행랑아범

고씨 가문의 가노(家奴)로, 행랑아범에게 사홍은 인생을 함께 한 동무이자 존경하는 상전이다.

사홍이 어렸을 땐 도련님이요, 하고 쫓아다니고 사홍이 젊었을 땐 서방님이요, 하고 쫓아다니고 사홍이 늙었을 땐 대감마님이요, 하며 쫓아다니다, 지금은 애기씨요, 하며 애신을 쫓아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애신의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어준다. 함안댁에겐 든든한 친정오빠 대신이요 조씨부인에겐 믿음직한 집사요 같은 대문 안 노비 식솔들에겐 남다른 혜안으로 의지의 대상이다.

사노비 폐지 때도 행랑채 식솔들 반을 떠나보내고 끝끝내 사홍 옆에 남았다. 어느 날은 신접살이 같기도, 어느 날은 처가살이 같기도 하니 사홍과 함께 한 반평생이 어디 다 종살이였으랴. 묵묵하게 사홍과 고씨 가문의 흥망성쇠를 함께 겪는 지고지순한 사내다.

함안댁

함안댁

고씨 가문의 가노(家奴)로, 함안의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일곱 살에 아비의 노름빚에 노비로 팔려가 이 집 저 집을 전전했다. 세상이 엿 같고 사는 게 지옥이었던지라 성질이 지랄 같아 그 어떤 상전도 좋아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런 그녀가 열다섯에 눈빛이 선한 건장한 사내와 눈이 맞아 연지 곤지 찍고 시집을 갔다. 신랑이 가노로 있는 고씨 가문 댁은 이전 상전들과 달리 천국이었고 따뜻한 집이었다. 사홍과 조씨부인은 냉정했으나 사리가 분명해 이유 없는 매질이 없었고 행랑아범은 또 하나의 상전일 줄 알았으나 친정 오라비에 가까웠다. 비로소 웃어도 보고 농도 해보는 함안댁이었다.

헌데 부모복 없는 년 서방 복도 없고 자식 복도 없다더니 스물도 되기 전에 역병으로 서방을 잃고 청상과부가 되었다. 그 어떤 것도 마음 붙이지 못하고 귀에 꽃만 안 꽂았지 딱 미친년이 따로 없던 차에, 작고 곱고 부서질 듯 울어 재끼는 갓난아이를 만났다. 한 날 한 시에 부모를 여윈 애신이었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울어 재끼는 애신은 함안댁이 살아야 할 이유가 되었다.

이깟 세상 탕탕 다 뽀개지든 일본 놈들 아가리에 들어가든 종년 팔자 매한가지지 했는데 우리 애기씨가 숭한 총까지 들고 말리니 그럼 나도 말려야지, 하며 발 벗고 나선다. 하수상한 세상아 덤빌 테면 덤벼라 우리 애기씨는 내가 지킨다, 주먹 불끈 쥐고 애신의 밤 마실(?) 마다 동행한다. 행랑아범이 관우라면 함안댁은 장비다.

고종

고종

조선 제26대 왕이자, 대한제국 제1대 황제.

정문

정문

고종의 최측근인 궁내부 대신. 전직 무관 출신으로 조선을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칼을 빼들 인물이다.

카일 무어 (Kyle Moore)

카일 무어 (Kyle Moore)

유진의 미 해병대 상사

홍파

홍파

전직 궁녀. 현직 미모의 주모. 장포수와 각별한 사이.

요셉 스텐슨

요셉 스텐슨

미국인 선교사. 어린 유진을 미국까지 데려가 준 미국에서의 보호자다.

임관수

임관수

미국공사관의 역관. 능동적인 사고와 재빠른 행동으로 유진을 돕기도, 곤란하게 하기도 한다.

이세훈

이세훈

친일파 외부대신. 강한 자에게 한없이 약하고 약한 자에게 극악한 인물이다.

윤남종

윤남종

포목점 윤가의 딸. 애신의 목화학당 동무.

유죠

유죠

동매의 오른 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