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소개

쿠도 히나
쿠도 히나 (타이틀)
조선 이름 ‘이양화’에 먹물이 마르기도 전에 친일파 아버지의 남다른 혜안(?)으로 일찍이 결혼해 ‘쿠도 히나(工藤 陽花)’가 되었다. 그녀의 어머닌 딸의 혼인을 볼 수조차 없었다. 조강지처였으나 조선인이란 이유로 아버지에게 내쳐졌기 때문이었다.

팔아치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제 딸이든 나라든 다 팔아치우는 아버지를 둔 덕에, 팔리기 전에 자신을 팔아야 했고, 치워지기 전에 자신을 세워야했던 여자다. 아버지가 일본인인 늙은 거부에게 히나를 시집보냈을 때 히나는 울기보다 물기를 택했다. 약한 곳을 노리고, 물고, 쓰러뜨렸다.

혼인한 지 5년 만에 늙은 남편이 저세상으로 갔고 히나는 생기 없던 청춘을 보상받듯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다. 바로 호텔 ‘글로리’였다. 호텔을 상속 받자 제일 기뻐한 이는 아버지 이완익이었다. 히나는 아버지의 속이 뻔히 보였고 호텔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집스레 남편의 성을 썼다.

한성 바닥에서 젊고 아름다운 미망인은 호텔을 찾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유흥거리였다. 모던보이, 댄디보이, 룸펜, 조선의 보이란 보이들은 죄다 호텔 ‘글로리’로 몰려들었고 히나는 연일 최고 매출액을 경신했다. 히나는 나라님도 부럽지 않았다. 조선의 모든 권력은 사내들에게 있었으나 그 사내들은 언제나 호텔 ‘글로리’에 있었으니까. 히나는 매일 밤 제국주의자들의 세치 혀에 처참히 찢기는 조선을 웃으며 지켜보았다. 조선도 울기보단 물기를 택해야 할 텐데. 안타까웠다.

언제나 두 번째의 삶이었다. 두 번째 이름이 진짜 이름이 됐고, 두 번째 나라가 진짜 나라가 되었으며, 이제 저 두 번째 남자만 자신의 남자가 되면 완벽한 삶이었다. 그 남잔 다름 아닌 유진이었다. 헌데 저 남자, 딴 여자를 보고 있다. 사대부댁 애기씨랬다.

고애신. 내일부터 저년을 한 번 물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