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소개

문지웅

문지웅


● 18세
● 태양고
● 그 시절 인플루언서


문지웅의 유서 (19세)
신이시여 듣고 계신가요? 갑자기 19년 만에 처음으로 불러서 죄송합니다. 내일 지구를 멸망시킬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알겠는데요, 조금만 늦춰 주시면 안 되나요? 제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거든요. 아직 싸이월드 투멤남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건 진짜 제가 올해 가장 열심히 한 부분이거든요. 이대로 죽으면 도토리로 환생할 거 같거든요.. 얼마치를 샀는데 내가.. 아니 사실 투멤남 선정 기준이 너무 얼굴 쪽으로만 몰려있어서 저 같은 진짜 패션 리더들이 손해를 보고 있거든요. 다가올 21세기는 개성과 스타일의 시대잖아요. 님은 신이니까 알고 계시죠. 근데 신은 무슨 옷 입어요? 왠지 프라다 입을 거 같아.. 부럽네요. 저도 루이비통 지갑 사려고 돈 모았다가 그냥 캠코더 샀거든요. 그게 저의 예술세계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혹시 모르잖아요. 저도 투헤븐 같은 끝내주는 뮤직비디오 찍을 수 있을지.

휴.. 캠코더 산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멸망이라니. 멸망할 줄 알았으면 할부로 사는 건데.. 예, 알았어요. 굳이 멸망을 시켜야 속이 시원하시겠다면.. 그래요. 뭐 나름 괜찮은 인생이었던 것 같네요. 나와 동시대에 자우림이, 마이클 잭슨이, 장국영이 살았어요. 축복이었죠. 영감 많이 받았습니다. 고마웠어요. 나의 아티스트들.

내 옆엔 태어날 때부터 승완이가 있었어요. 부모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랑하는 친구이자, 내 영원한 스캔들 상대. 걔는 항상 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줬어요. 그동안 고마웠다, 사랑하는 내 친구. 그리고 희도를 만났고, 이진이 형도 만났네요.

가장 중요한 건 유림이를 만났습니다. 하아.. 님. 진짜 멸망 안 하시면 안 될까요? 저 아직 유림이한테 고백도 못했습니다. 지구 멸망보다 고백했다 까이는 게 열 배는 무섭습니다.. 유림이 같은 국가대표 슈퍼스타가 절 좋아할 가능성이란 게 존재하긴 합니까? 그치만 진짜 지구가 멸망할 지도 모르니까, 내일은 고백해보려 합니다. 저 까이면.. 그땐 약속대로 멸망 시켜주셔야 합니다. 오케이? 멸망이 쪽팔린 것보단 나으니까요.

근데.. 고백도 까이고 멸망도 안 하면.. 저는 어떡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