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소개

황시목
황시목 (35세. 서부지검 형사3부 검사)
오직 이성으로만 세상을 보는 감정을 잃은 검사.
"감정에 구애 없는 성문법이 내 삶의 가이드라인이야."

시목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다. 감정을 전혀 못 느끼는 건 아니지만 남보다 훨씬 옅고 흐린 탓에 무감동 무감정으로 일관하다보니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인간이란 소릴 자주 듣고 인간관계도 메마르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능력만은 누구나 인정하는 유능한 검사인데.

시목이 검사가 된 것은 이것이야말로 나의 천직이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술가도 운동선수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해야하는 선생님도 될 수 없었던 그에겐, 잃어버린 감정 대신 명문화된 법 같은, 삶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했다.

누군가에겐 사랑하는 연인, 피를 나눈 가족이 있겠지만 14살 이후 사랑도 할 수 없는 시목은 본능적으로 결핍을 채우려 했고, 따르고 지키기만 하면 되는 법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찾은 것이다. 그러니 이성을 앞세워 법을 수호하는 검찰직이야말로 그에겐 최상이자 최적이었다. 하지만 몸소 겪은 검찰 집단이란...

법을 가장 많이 어기는 게 검사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현실을 목도한 시목은, 초보 검사 시절엔 원리원칙대로 간부, 동료를 막론하고 위법 실태를 고발했다. 하지만 고발된 이들은 어떻게든 빠져나가 살아남았고, 내부고발자인 시목에게 남은 건 한직으로의 좌천, 최악의 인사고과와 왕따의 기억 뿐.

시목은 점차 비리에 침묵해져갔다.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무 소용 없기 때문이다. 분노나 절망 때문이 아니었다. 시스템을 완전히 뒤엎기 전엔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진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검찰간부들에게 전방위적 뇌물을 뿌려대고 협박하던 사업가가 죽었다. 시목은 이 죽음이, 판을 갈아엎을 터닝포인트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죽음의 배후가 누구냐에 따라. 그래서 더욱 살인범 검거에 매달렸는데, 이것이 시목의 인생을 완전히 뒤흔들 전환점이 될 줄은 그땐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