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소개 > 박모건

상단이미지

#새벽이니까_솔직히_말해보자
나에겐 남들에게 없는 게 있다. 미들네임이다. Morgan Park Taylor.
나에겐 남들에게 하나 밖에 없는 게 두 개나 있다. 엄마다.
나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친엄마는 내 이름을 박모건이라 지었다.
이 알쏭달쏭한 이름은 외국으로 입양 갈지도 모른다는 가슴 아픈 배려였고, 결국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슬픈 날이 있었기에 기쁜 날은 빛났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한다.
그리고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가 나타난 이후로.

한국에서 보낸 중학교 시절, 나는 철권 동호회 네임드였다.
신도림 제왕의 완장을 가슴에 새기고 오랜만에 찾은 오락실에서 게임 중인 그녀를 처음 봤다.
이기면 나오는 표정이 좋았다. 질 땐 어떤 표정일지 궁금해질 정도로.

그녀가 내게 건넨 첫 마디는, 한 판 더 하시죠, 였다.
철권에서 연패한 그녀는 분한 얼굴로 두 번째 대결을 제안했다. 종목은 술이었다.
누가 이겼는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와주었다. 나는 그렇게 그녀의 연인, 아니.. 보호자가 되었다.

한 사람이 온다는 건 한 세계가 온다는 뜻이랬다.
그녀가 가져온 세계는 나의 세계와는 아주 많이 달랐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 실용음악과 졸업 후 게임음악 회사에 취직했고,
일은 내가 다 하는데 돈은 회사가 다 갖고 가는 구조에 열 받아 홧김에 친구와 회사를 차린 케이스다.
물론 그 회사는 1년 만에 망했다. 맨땅에 헤딩이었다.
두 번째 차린 회사는 적어도 안전모를 쓴 헤딩이었다. 다행히 망하진 않고 있다.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주먹구구식으로 사는 게 내 스타일이다.

그녀는 아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공채에 합격해 고속 승진하며 승승장구하는 삶이다.
나는 막 살면서 섬세한 반면, 그녀는 섬세하게 막 산다.

그녀와 나의 공통점은 철권, 그리고 IT업계 종사자라는 것 밖에 없다. 그마저도 공통점이라고 하기엔 머쓱하다.

아주 다른 두 세계가 만났다.
우리는 사랑한다. 사랑하기 위해서 싸운다. 힘든 전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널 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단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