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소개

방영주

방영주

열여덟살, 고등학생

제주 생. 영주는 제주가 갑갑하다.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 하나 없는 이 동네가 진저리난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아빠가 원래 망나니였단 얘기, 결국 엄마가 애 버리고 도망갔단 얘기를 모두가 알고 있는 건지, 집밖에 나서서 학교에 갈 때까지 인사만 백 번 해야하는 이 촌 바닥, 하루빨리 탈출 하고 싶다. 그리고 곧 그날이 다가온다. 이제 곧 스무살이고, 1년만 더 버티면 서울대 의대 입학!

영주는 부동의 전교 1등이다. 그렇다고 타에 모범이 되는 학생은 아니고, 뒤에선 호박씨 까고 잘 노는 날라리다. 반장인 게 학생부에 유리해서 하는 거지, 뒷골목 우두머리가 제 옷이다. 발랄하고 예쁘고 우등생이 놀기까지 잘 하니 따르는 친구도 많지만, 이기적인 면모를 알고 나면 모두들 하는 말 '못된 년' 끼도 흥도 많아 노는 걸 좋아하지만, 언제나 마지노선은 칼 같이 지켰다. 그게 엄마 없는 아이 소리 듣기 싫은 영주의 자존심이었고, 딸 걱정에 늘 두통약을 달고 사는 아빠에 대한 최소한의 의리였다.

어렸을 때부터 매일같이 봐 온, 윗집 사는 현이 땜에 영주가 선을 넘을 줄이야. 사실 영주는 알고 있었다. 친구들과 놀다가 늦게 들어가는 날이면, 항상 현이가 계단참에 나와 있다는 걸.

그날따라 비도 오고, 시험도 끝나서 기분이 너무 좋았었나,
부끄러워 내뺄 줄 알았던 현이 대뜸 입을 맞추는 게 아닌가.
정현

정현

열여덟살, 고등학생

제주 생. 사람들은 나약해 보인다고 하지만, 현은 거칠고 힘이 센 게 강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유부단하단 평가도 못마땅하다. 느긋하고 생각이 많고 섬세할 뿐. 부모가 초등학교 때 이혼한 후 마초 같은 아빠와 단 둘이 살며 매일같이 '이 샌님 자식!'란 말을 귀에 인이 박히게 들었지만, 현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자칭 남자라고 하는 아빠는 늘 시끄럽고 남에게 허세나 부릴 뿐. 욕 없이 문장을 잇지 못하는 아빠가 현이 눈엔 그저 무식해 보였다.

그치만 영주가 '너 맨날 여기서 나 기다리지 이 샌님아' 했을 땐 넘어가지 못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대뜸 몸을 뻗어 키스해버렸다. 이상하게 영주 앞에서 만큼은 초인적인 힘이 생겨났다. 하지만, 현은 안다. 아빠인 인권과 영주의 아빠인 호식은, 절대로 우리 사이를 허락할 리 없다. 게다가 영주가 다시 묻는다. 인서울도 아빠들도, 지금 우리가 가진 모든 걸 포기할 만큼 우리가 그렇게 사랑해?

현의 십팔세 인생에 중요한 물음이 던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