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소개

박은하 (34)

박은하 (34)

구구카페 운영

"넌 대충하고 난 골병들고, 그래서 적자 나고 그래서 이 가게 아빠한테 도로 뺏기고 그래서 나 독립 못 하면 누가 제일 괴로울까? 니 다음 생일날, 누가 짜증 난 얼굴로 아침부터 같이 미역국을 퍼먹고 있을까? 맞아 나야. 왜? 난 너랑 쌍둥이니까, 그리고 독립을 못했으니까. 정신없는 여자가 하나 있어서, 니가 운 좋게 결혼이란 걸 하잖아? 그럼 그 집에 니네 부부 말고 또 누가 살까? 맞아, 나야 난 독립을 못했으니까. 마흔 살 생일은 어때? 내가 과연 아빠가 엮는 사람하고 결혼해서 니 앞에서 순순히 꺼져줬을까? 환갑은? 칠순 잔치는 어떨까?"


#은하철도 쌍둥이 남매 중 동생, 1분 늦게 세상 밖으로 꺼내졌다. 아버지는 차별을 한 적이 없다는데 은하는 차별을 받았다. 같은 날 졸업식이 있으면 몸이 하나라는 이유로 아버지는 철도의 졸업식엘 갔고 은하는 왜 그 몸 하나가 내 졸업식에 올 수는 없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은하의 미움과 구박은 자연스레 모든 걸 반으로 나눠야 하는 철도에게 향하곤 했다.

# 34년차 쌍둥이면서, 34년째 싸우고 있는 철도와는 아직도 분리되지 못하고 아버지의 건물인 구구빌딩 1층에서 함께 카페를 운영 중이다. 은하의 목표는 독립이다. 언젠가는 아빠의 건물도 아닌 곳에서 아빠가 차려준 카페가 아닌 나만의 가게를 갖고 싶은 것, 그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커피를 내린다, 철도를 구박하면서.

# 20대를 한 통으로 한 사람과만 만났다. 바닥까지 다 보여주며 물불 안 가리던, 그러다 결국 마음까지 가난해졌던 힘든 연애였다.

# 다정과는 중학교 동창 사이, 다정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은하를 찾고 은하는 누군가에게 마구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 다정을 찾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20년째 함께 하고 있다.
박철도 (34)

박철도 (34)

구구카페 운영

# 아주 어릴 때는 분명 친했던 것 같은데 쌍둥이 동생인 은하는 언젠가부터 철도를 싫어하기 시작했다. 같이 놀자고 해도 싫다고 하고, 같이 밥을 먹자고 해도 싫다고 하더니 사춘기가 되면서부터는 말만 붙여도 화를 냈다.

# 무신경한 친척 어른들은 철도가 은하에게 치여 기를 못 편다고 말했고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은하는 철도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기를 펴고 나서려니 은하 눈치가 보였고, 조용히 있으려니 어른들 눈치가 보였다. 내 쌍둥이 동생이 나를 싫어하는 게 처음엔 화가 났고 그 다음엔 슬퍼졌다.

# 은하와는 여전히 불통의 세월을 보내는 중이지만 어쩔 수 없이 한집에 같이 살며 같이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무딘 척을 하다 보니 진짜 무뎌진 건지 이제는 은하의 날 선 말에도 속없는 인간처럼 받아치며 넘기는 철도, 지렁이 젤리 하나에 행복해할 만큼 단순하고 눈치도 없어 보이지만 그게 진짜 눈치가 없는 건지, 눈치가 없는 척 하는 건지 사실 사람들은 모른다.

# 고등학교 시절 영도에게 과외를 받았다. 수학으로 시작했지만 곧 전 과목을 배우게 됐고, 그러다 인생까지 배우게 됐다. 성적이 바닥을 치던 철도를 2년 만에 인서울 대학에 합격시킨 영도는 철도의 아버지인 철희에게 '아이고 우리 주선생'이 되었다. 그러다 구구빌딩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후,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에 오랫동안 공실로 남아있던 3층에 영도가 용감하게 입주를 결정했을 때, 영도는 철희에게 '아이고오오오, 우리 사랑하는 주선생'이 되었다.

# 철도는 외롭다. 아버지는 여전히 어렵고 은하는 여전히 불편하고, 최선을 다해 꾸미고 나간 소개팅에서도 번번이 여자친구 만들기에는 실패한다. 철도와 소개팅을 한 여자들은 곧 유학을 가거나 갑자기 조부모님이 아프시거나 앞으로 일 년 치 약속이 다 잡혀있거나 핸드폰을 자꾸 잃어버리기 때문에.
서하늘 (38)

서하늘 (38)

수의사

"영도 넌 그때 내 여자친구 봤잖아, 그 작고 하얗고 눈 동그랗고..", “아아, 그 말티즈?”

# 구구빌딩 2층, ‘하늘하늘 동물병원’의 원장

# 물지 않는다, 다만 울 뿐. 외모는 도베르만 그러나 내면은 코스모스처럼 하늘하늘하다. 눈물도 많고 정도 많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은 겉모습을 먼저 본다. 학창시절에는 일진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고 열심히 공부해 시험을 잘 치면 옆 친구가 조용히 선생님께 불려 나갔다. 혹시 서하늘이 답지 보여 달라고 협박했으면, 조용히 눈만 두 번 깜빡이라고.

# 영도, 승원과는 만으로만 20년째 지겹게 붙어 다니는 사이, 최근엔 귀신보다 더 무서운 강남 월세를 피해 영도의 아래층으로 병원도 옮겼다.

# 연애를 해봤다고 주장하지만 그 상대가 사람인지 동물인지는 미확인 상태. 그런데 그런 하늘을 귀여워하는 한 사람이 나타난다. 서쪽 하늘에도 드디어 샤랄랄라라랄라 별빛이 내릴 수 있을까?
민아리 (23)

민아리 (23)

구구카페의 아르바이트생

# 구구카페에서 서빙도 하고, 야간에는 피시방 알바도 한다. 그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는 사고 싶은 것을 산다. 이를테면 빙삭기나 솜사탕 기계 같은 것. 왜 집에 그런 게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아리의 대답은 그저 심플하다.

# 그냥 원하는 시간에 집에서 시원하게 빙수를 먹으려고, 심심할 때 한 번씩 솜사탕 만들어 먹고 싶어서. 굳이 나를 이해시키려 하지도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는다.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