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소개

오일용

오일용

남. 20대 / 3공단 거주 3년

태생부터 가난했다. 아빠가 교통사고로 죽고 엄마가 병으로 입원했을 때 난 열일곱이었다. 그때부터 돈을 벌어야 했다. 새벽 우유배달, 편의점 알바, 중국집 배달까지 종일 일했지만 엄마 병원비는커녕 월세 내기도 빠듯했다. 그때 중학교 동창 필중이가 찾아왔다. 고등학교를 때려 쳤다는 필중이는 비싼 운동화에 현찰이 가득 찬 명품백을 들고 있었다.

돈 벌고 싶냐는 필중이 말에 난 사람 죽이는 것만 아니면 뭐든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마약 배달을 시작했다. 내가 직접 마약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배달만 하는 건데 뭐가 나빠?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나한테 마약을 건네받은 인간이 약에 취해서 다섯 살짜리 아들을 죽였다는 걸 알기 전까진. 그 일 이후 누군가에게 마약을 건네는 게 두려웠다. 사람 죽이는 것만 아니면 된다고 했는데, 내가 사람을 죽이고 있었다. 난 필중을 찾아가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날 밤, 필중이 집에 찾아왔고 내 앞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거기까진 기억이 나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웬 한옥마을이었다.

강선장 아줌마 말로는, 내가 죽었는데 시체를 못 찾은 상태라고 했다. 날 죽인 놈을 당장 찾아가 멱살을 잡았다. 그런데...! 내 손은 멱살 대신 허공을 휘저었고 그는 날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날 통과해서 지나가버렸다. 허탈한 심정으로 돌아왔을 때 마을의 꼬맹이가 말했다. 산 사람은 우리를 못 본다고. 그리고 우린 이 마을을 벗어날 수 없다고.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난 방금 나갔다 왔는데?

마을을 벗어날 수 있는 건 능력이 아니라 저주에 가깝다. 어차피 산 자들에겐 유령일 뿐이고 그들에게 어떤 영향력도 끼칠 수 없으니까. 이제 와 후회한들 과거를 되돌릴 수도, 뭔가 좋은 일을 할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그들을 지켜보는 것 뿐.

그 날도 답답한 심정으로 보이스피싱 당하는 할머니를 지켜보고 있었다. 필중이 똘마니 한 놈이 당황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쪽으로 갔는데.’ 혼잣말을 했는데 한 남자가 ‘저쪽?’ 하며 쫓아가는 게 아닌가. 내 말이 들려? 내가 보여?! 이번엔 또 다른 남자가 다가와 내 두 눈을 똑바로 보는 게 아닌가. 이 아저씨 뭐지. 게다가 낯이 익다. 어디서 봤더라... 아! 현지가 보여준 사진 속 남자. 현지 아빠다!

이 사람들만 있으면...
내 시체가 있는 곳도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