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소개

장판석

장판석

남. 50대

요새 주말마다 산에 오르는디 거기서 만난 어르신이 그런 얘기를 하대. 인생은 고통의 바다 위를 걷는 거라고. 생각만 해도 아찔허지. 잔잔한 물 위를 가라고 해도 심장이 철렁할 판에, 고통의 바다라니. 순간 발끈해서 그런 끔찍한 소리 마쇼, 하고 내려왔는디. 곰곰 생각해 본 게 그 말이 맞더라고. 내 인생이 그려. 재작년에 현지 찾아서 집사람 곁으로 보내고 이제 여한이 없다, 남은 생은 덤으로 여기고 조용히 살다 가자 했는디, 밤마다 잠을 잘 수가 없는 거여.

눈을 감으믄 현지 얼굴이 떠오르고, 눈을 떠도 현지가 아른아른 거리고. 너무 늦게 찾았다고 아빠를 원망하는 건지 아님 뭔 할 말이 있는 건지. 여튼 단 하루도 현지가 곁을 떠나지 않는 것이 영 싱숭생숭했거든. 근디 이유가 있었더라고.

이런 말 하믄 욱이가 또 지랄지랄 헐 텐디, 나 요새 또 헛것이 보여. 두온마을에서 현지 찾은 이후로 아무것도 안 보이길래 다 끝났구나 싶었는디, 또 보여.

설마설마 했는디, 망자가 맞어. 실종전담반 가서 사진이랑 이름까지 다 확인해 봤어. 환장할 노릇이지. 더 기가 막힌 건 이 망자가 우리 현지를 알더라고. 재작년까지 현지랑 같이 있었디야. 그 말 듣는 순간 억장이 무너져서 한참을 주저앉아 울었당게... 그 망자 말로는, 우리 현지가 성격도 활발하고 친구들한테도 인기가 많았대. 참 내, 친구들이라니... 대체 얼마나 많은 애들이 죽어서 몸뚱이도 못 찾고 있는 거여. 그 부모들 심정은 어떻겠냐고. 밤이고 낮이고 현지가 아른거린 이유가 이거였어. 우리 착한 현지가 지 친구들 찾아주라고 날 찾아온 거여. 안 그려?

안 그래도 두온마을 떠난 뒤로 마땅히 정착할 곳을 못 찾고 있었는디, 이참에 짐 싸서 그쪽으로 가 볼라고. 나는 욱이나 이사장하고 달라서 도시에선 못 살겄어. 밤낮 없이 시끄럽고 정신 사납고. 게다가 식구도 하나 늘었거든. 장군이 멍군이에 멍군이 새끼 짬뽕이까지.

일단 맘은 먹었고, 거기서 뭘 할지는 가서 생각해 볼라고. 뭐 어떻게든 되겄지. 욱이는 벌써 눈치를 챘는지 내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녀. 여튼 욱이 갸도 오지랖 하나는 올림픽 금메달감이여. 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당게.

생긴 것도 멀쩡하고 보기보다 정도 많은디 왜 여태 장가를 못 갔나 몰라.
성질머리가 욱해서 그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