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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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계훈
28세 / 셰프
미쉐린 별 붙은 레스토랑의 잘나가는 수셰프였다. 요리면 요리. 외모면 외모. 빠지지 않는 스펙으로 손님들 시선과 극찬을 독차지하던 그가 #눈물셰프 란 별명을 시작으로 이른 갱년기다, 빙의다.. 온갖 소문에 휩싸이더니 지화동이라는 허름한 동네에 레스토랑을 오픈하겠다고 사라져버렸다.
#눈물셰프 란 별명이 생긴 건 그가 아무 때나 이유 없이 눈물을 흘렸기 때문인데.. 근사한 목소리로 메뉴를 설명하다가 또로로 눈물을 흘리고 주방에선 사적 감정 허용 못 한다며 후배들을 가르치던 그가 복받치는 감정을 남몰래 달래며 속눈썹을 적신 이유는 뭘까?
쌍둥이 중 일부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쌍둥이 텔레파시라 불리기도 하고 칼 융이 말한 공시성(synchronicity,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 같은 개념으로 설명되기도 하던 현상. 계훈과 계영, 이란성 쌍둥이 남매가 바로 그랬다. 남매는 이 현상을 '링크'라고 불렀다. 계영이 크게 기쁘거나 슬프거나 두려우면 계영이 지금 기쁘구나, 슬프구나, 두렵구나, 알 수 있던 계훈은 뭐 이런 쓸데없는 능력이! 툴툴대면서도 계영이 저를 필요로 할 때면 여지없이 출동해 든든한 빽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18년 전의 일.
18년 전 계영이 실종된 후로 링크를 느껴본 적 없던 계훈은 이 현상이 다시 일어난 이유를 알고 싶다. 설마 계영이가 살아있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대체 왜 이런 일이? 혼란도 잠시, 계훈은 이 모든 걸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제 그만 과거와 마주하라는 신호. 모른 척 묻어둔 모든 걸 끝내라는 신호.
계훈은 모든 것이 시작된 동네 지화동으로 돌아가 레스토랑을 차린다. 그런 그를 맞이한 건, 18년 전 그때 그 모습을 간직한 동네 사람들이다. 셀프 인테리어 중인 계훈을 둘러싸고 폭풍 수다를 떠는 꽃무늬 몸빼 아줌마 군단, 계훈의 레스토랑 앞에다 하루에 두 번은 꼭 노상방뇨를 하는 아저씨 등 촌스럽고 소박하고 오지랖 넓고 정 많지만 사실은 모두가 저마다 비밀을 가진 위험하고 수상쩍은 사람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수상하고 이상한 여자, 노다현. 바로 계훈의 감정에 불쑥불쑥 침범하던 감정들의 주인공. 대체 내가 왜 이 여자의 감정들을 느끼는 걸까. 이 여자의 정체는 뭘까. 계훈은 잠시 혼란스럽지만 이내 그 의문마저 구석에 처박아버린다. 내 눈앞에 있을지 모르는 범인을 두고, 이 여자의 존재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여자의 설렘이 느껴진다. 바로 나를 향한 설렘. 차갑게 거절했더니, 이 여자의 아픔이 느껴진다. 나로 인한 아픔.
이제 계훈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설렘과 아픔은 저 여자의 것일까 나의 것일까.
#눈물셰프 란 별명이 생긴 건 그가 아무 때나 이유 없이 눈물을 흘렸기 때문인데.. 근사한 목소리로 메뉴를 설명하다가 또로로 눈물을 흘리고 주방에선 사적 감정 허용 못 한다며 후배들을 가르치던 그가 복받치는 감정을 남몰래 달래며 속눈썹을 적신 이유는 뭘까?
쌍둥이 중 일부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쌍둥이 텔레파시라 불리기도 하고 칼 융이 말한 공시성(synchronicity,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 같은 개념으로 설명되기도 하던 현상. 계훈과 계영, 이란성 쌍둥이 남매가 바로 그랬다. 남매는 이 현상을 '링크'라고 불렀다. 계영이 크게 기쁘거나 슬프거나 두려우면 계영이 지금 기쁘구나, 슬프구나, 두렵구나, 알 수 있던 계훈은 뭐 이런 쓸데없는 능력이! 툴툴대면서도 계영이 저를 필요로 할 때면 여지없이 출동해 든든한 빽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18년 전의 일.
18년 전 계영이 실종된 후로 링크를 느껴본 적 없던 계훈은 이 현상이 다시 일어난 이유를 알고 싶다. 설마 계영이가 살아있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대체 왜 이런 일이? 혼란도 잠시, 계훈은 이 모든 걸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제 그만 과거와 마주하라는 신호. 모른 척 묻어둔 모든 걸 끝내라는 신호.
계훈은 모든 것이 시작된 동네 지화동으로 돌아가 레스토랑을 차린다. 그런 그를 맞이한 건, 18년 전 그때 그 모습을 간직한 동네 사람들이다. 셀프 인테리어 중인 계훈을 둘러싸고 폭풍 수다를 떠는 꽃무늬 몸빼 아줌마 군단, 계훈의 레스토랑 앞에다 하루에 두 번은 꼭 노상방뇨를 하는 아저씨 등 촌스럽고 소박하고 오지랖 넓고 정 많지만 사실은 모두가 저마다 비밀을 가진 위험하고 수상쩍은 사람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수상하고 이상한 여자, 노다현. 바로 계훈의 감정에 불쑥불쑥 침범하던 감정들의 주인공. 대체 내가 왜 이 여자의 감정들을 느끼는 걸까. 이 여자의 정체는 뭘까. 계훈은 잠시 혼란스럽지만 이내 그 의문마저 구석에 처박아버린다. 내 눈앞에 있을지 모르는 범인을 두고, 이 여자의 존재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여자의 설렘이 느껴진다. 바로 나를 향한 설렘. 차갑게 거절했더니, 이 여자의 아픔이 느껴진다. 나로 인한 아픔.
이제 계훈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설렘과 아픔은 저 여자의 것일까 나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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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숙
53세 / 계훈 母
유복한 부모, 사람 좋은 남편과 착한 아이들 덕에 늘 인생은 아름다웠다. 꽤 실력 있는 플로리스트로 마음에 드는 행사만 골라 참석하고, 자원봉사 겸 무료 강연에도 응하며 충만하게 살던 어느 날, 금쪽같은 딸 계영이 실종됐다.
자신을 탓하는 안쓰러운 어린 아들. 딸을 찾겠다고 전국을 헤매다 아예 집을 나가버린 남편. 한순간에 금 가버린 인생 앞에서 미숙은 자신과 계훈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고, 아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한껏 웃는 얼굴로 계훈과 단둘이 밥을 먹고 한껏 웃는 얼굴로 단둘이 어린이날을 보내고, 한껏 웃는 얼굴로 (쌍둥이 딸의 생일이기도 한 그날) 계훈의 생일을 축하하고... 내 삶은 괜찮아. 내 삶은 남들처럼 쉽게 망가지지 않아. 그렇게 몇 년이 흘렀을까. 금 간 마음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와장창 깨져버리며 어느 날 툭 뭔가가 끊어진 것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십 년 치 상처를 한꺼번에 뿜어내듯 미숙은 돌변했다. 독설, 히스테리, 피해망상 등 온갖 신경증이 생겼으며 기분이 너무 좋았다가 너무 나빴다가, 예측불가에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은 유리 신경이 되었다.
미숙의 하루 일과는, 오래된 홈비디오 보고 또 보기. 계영 실종 전 찍었던 비디오며 사진에 파묻혀 과거 속에서 시체처럼 살고 있다. 아들 계훈을 목숨처럼 사랑하면서도 번번이 계훈의 가슴을 쑤셔 판다.
자신을 탓하는 안쓰러운 어린 아들. 딸을 찾겠다고 전국을 헤매다 아예 집을 나가버린 남편. 한순간에 금 가버린 인생 앞에서 미숙은 자신과 계훈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고, 아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한껏 웃는 얼굴로 계훈과 단둘이 밥을 먹고 한껏 웃는 얼굴로 단둘이 어린이날을 보내고, 한껏 웃는 얼굴로 (쌍둥이 딸의 생일이기도 한 그날) 계훈의 생일을 축하하고... 내 삶은 괜찮아. 내 삶은 남들처럼 쉽게 망가지지 않아. 그렇게 몇 년이 흘렀을까. 금 간 마음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와장창 깨져버리며 어느 날 툭 뭔가가 끊어진 것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십 년 치 상처를 한꺼번에 뿜어내듯 미숙은 돌변했다. 독설, 히스테리, 피해망상 등 온갖 신경증이 생겼으며 기분이 너무 좋았다가 너무 나빴다가, 예측불가에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은 유리 신경이 되었다.
미숙의 하루 일과는, 오래된 홈비디오 보고 또 보기. 계영 실종 전 찍었던 비디오며 사진에 파묻혀 과거 속에서 시체처럼 살고 있다. 아들 계훈을 목숨처럼 사랑하면서도 번번이 계훈의 가슴을 쑤셔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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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계영
실종 당시 10세 / 계훈의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밝고 구김 없는 성격으로 오빠 은계훈을 놀리면서도 의지하던 아이. 아직도 생사불명으로 은계영 실종 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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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철호
55세 / 계훈 父지화동 유일의 병원이던 '은내과'의 원장. 인품 좋던 의사, 다정한 가장이었지만 은계영 실종 이후 병원일도 집안일도 내팽개치고 딸을 찾아 전국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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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선
51세 / 장미숙의 언니, 계훈의 이모미숙집 근처에 살면서 미숙을 보살핀다. 착한 성품. 진심으로 동생을 안타까워하고 계훈을 안쓰럽게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