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인물 소개

홍두식

홍두식 / 김선호



그의 이목구비에는 서사庶事가 있다.
조각 같은 콧날에는 그리스 비극의 짙은 비애가 배어있고,
소년 같은 미소는 첫사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심연을 아는 깊은 눈빛에 절로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외치고 싶어진다.
훌륭한 하드웨어도 모자라, 판타스틱한 소프트웨어까지 갖춘
이 완벽한 남자를 사람들은 ‘홍반장’이라고 부른다.

그렇다. 행정구역 동·리·통·반 중에서 반의 대표를 일컫는 그 반장!
일 년에 두 번, 명절 상여금 5만원이 수당의 전부. 봉사라 봐도 무방한 명예직!
청호시 공진동 5통 1반의 반장으로 3년째 활동 중인
이 남자의 공식적인 직업은... 무직이다.
그러나 극과 극은 통한다고, 직업은 없지만 하는 일은 무한대다.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페이는 딱 최저시급 8720원만 받고 있다.

두식이 이렇게 살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들 궁금해하지만, 답을 아는 이는 없다.
알려지지 않은 5년 간의 공백에 대해 온갖 추측들만 난무할 뿐!
그러나 확실한 건 이것이 두식이 정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그저 그렇게 놓아둘 뿐이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공진에서는 두식이 슈퍼맨이고 스파이더맨이다.
타고난 오지랖으로 이웃의 모든 대소사에 관여하고,
대놓고 다정하거나 살뜰하진 못해도 뚝배기처럼 은근하게 오래 따뜻하다.

이런 두식 앞에 그와는 전혀 다른 여자 혜진이 나타난다.
사람들을 향해 금을 딱 그어놓고 깍쟁이같이 구는 여자,
그런 주제에 쓸데없이 성실하고 자기 삶에 열정적인 여자,
소나기가 올까봐 항상 가방에 우산을 넣어갖고 다니는 이 여자가
자꾸만 두식의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