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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 앤 크레이지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삼각형이 있다고 믿었다.
나쁜 짓을 할 때마다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콕콕콕 심장을 아프게 찌르는 삼각형.

근데 문제는 이 삼각형의 모서리가, 점점 닳는다는 거.
모서리가 닳고 닳아서 나중엔 나쁜 짓을 저질러도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그 삼각형 이름이, 양심이란다.

'당신 양심이 있어, 없어?' 할 때 그 양심.
어릴 때 '양심 냉장고'에서 이경규씨가 그토록 찾아헤맨 그 양심.
확실히 어릴 땐 그게 시도 때도 없이 날 콕콕 찔러댔다.
노란불에 건너면 안 돼, 친구꺼 뺏어먹음 안 돼, 새치기 하면 안 돼, 등등.
삼각형 모서리에 콕콕 찔리며 식은땀을 흘리던 때가 분명 있었는데.

오늘의 난 합리화의 달인이다.
남들도 다 그러는데 뭐, 오늘 하루만,
이 정도쯤이야, 아무도 모를 거야, 등등.

식은땀은커녕 여유로운 미소로
어지간한 불의(不意)엔 눈을 감을 줄 아는 어른의 나.
내 안의 뾰족했던 삼각형은 벌써 '원'이 되어버린 걸까?

하.. 뭐.. 그래.. 어쩔 수 없었어.
헬조선에서 살아남는 게 쉬운 일이야?
남일에 껴들어봤자 피곤해질 게 뻔한데!
괜히 오지랖 떨었다 손해라도 보면?
또다시 합리화를 해보면서도 왠지 모를 씁쓸함에 빠지던 그때,
어어.. 잠깐만요. 지금 이 씁쓸함은 뭐죠? 이거 혹시..?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 안엔 여전히 '좋은 사람'이길 바라는 '내'가 있다는 것.


어쩌면 그런, 내 안의 또다른 '내'가 어느 날, 아주 갑자기!
'야, 이 새끼야.. 똑바로 안 하냐?'
나를 향해 죽빵을 날리며 불쑥 튀어오게 될지도
모른겠단 상상이 이어지면서-

그렇게 시작된 이 이야긴,
2021년 대한민국 ver. 지킬 앤 하이드!


과거 영국 살던 젠틀한 지킬이 내면의 '악'인 하이드를 만나게 됐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부패 경찰 수열은 내면의 '선'인 K를 만나게 된다.
K의 등장과 함께 잘나가던 수열 인생에 브레이크 제대로 걸리는데!
그런데 이들의 전쟁 같은 만남, 그 끝에서..
수열은 왜 K의 주먹질에 분노가 아닌 위로와 안도감을 느꼈을까?

정의보단 실속이 우선시 되는 사회라지만,
잘못을 반성하고 불의에 맞설 줄 아는 '우리' 덕에
여전히 우리가 좋은 사람이길 원하는 '우리' 덕에
아직도 우리는, 우리가 우리라서, 다행이니까.
.
.
.
이 이야기를 통해 유쾌 통쾌 상쾌를 느끼다가
조금의 반성을 해보다가
결국엔 당신이 위로 받길 바란다.
현실에 타협한 나와 내가 꿈꾸던 나와의 화해를 통해서.
자조(自嘲)하지 말자. 자괴하고 자책하지 말자.
사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린 꽤 괜찮은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