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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인터뷰 - 선우x선우 [정석희칼럼]

 
 
 
[정석희 칼럼] ‘나인’, 그건 내가 너니까.
 
 
 
# 2013의 ‘선우’ 이진욱

만약 20년 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로서는 20년이 아닌 30년 전으로 돌아가야 될 일이지만 아무튼 결혼도 좀 늦추고 싶고, 뭐든 더 배우고 싶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의 내 아이들은 없겠지? 그래서 타임 슬립이라는 게 무서운 거다. 내 삶만 바뀌는 게 아니라 서로 촘촘히 얽힌 모든 것들이 달라지는 거니까.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은 주인공의 선택에 의해 주변인들의 삶이 아홉 차례 뒤바뀌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타임 슬립과는 확연히 다르다. 특히 2013년의 박선우(이진욱)와 20년 전 과거의 박선우(박형식)가 만나는 장면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장면인데 가상으로나마 시간 여행을 체험 중인 배우 이진욱을 만나봤다. 
 
 
 
 
 
 : 전역 후 감성이 풍부해졌다고 할까요? 연기가 달라졌습니다. 군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웃음)

이진욱 : 원래 제가 건조한 사람인 것은 맞습니다. 평소에도 표현을 잘 하고 살지 않았어요. 연기에 걸림돌이 되는 점인데요. 그나마 군대가 저에게 자유로움을 주었던 것 같아요. 소통하는 법과 어울리는 법을 알려주었죠. 

 : 전작 tvN ‘로맨스가 필요해’ 때 절친 김지석 씨와 비교 논란이 뜨거웠잖아요. 누구는 윤석현(이진욱)이 좋다, 누구는 신지훈(김지석)이 좋다. 알고 있었나요? 

이진욱 : 알고 있었죠. 깊이 있는 연애를 해본 사람은 ‘윤석현’의 마음을 이해하고, 조금 어린 친구들이나 깊은 연애를 해보지 않은 친구들은 현실적인 모습에 더 집중을 하는 것 같아요. 석현이를 답답하다고 생각하고. 물론 ‘신지훈’이라는 역도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이지만요. 제가 참 운이 좋아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주시는 팀을 만나서, 저도 저를 반신반의 했었는데 믿고 시작했던 작품이 ‘로맨스가 필요해’였죠. 그리고 바로 이어서 ‘나인’이라는 좋은 작품을 또 만났습니다.

 : 이번 ‘나인’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매회 놀라고 있어요.

이진욱 : 처음 대본 받았을 때 정말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대본을 먼저 받아보잖아요. 저도 읽을 때마다 깜짝 놀라요. 일이 꼬이고 풀려나가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거든요.

 : 타임 슬립을 통해서 20년 전의 본인과 통화하고 본인을 만나게 되잖아요. 아역 박형식 군이 다르면서도 닮았더군요.
 
 

 
 
 
 
이진욱 : 저도 박형식 씨를 보면서 흐뭇합니다.(웃음) 연기에 접근하는 방식이 순수해요. 신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이죠. 

 : SBS ‘연애시대’ 때 생각이 나나요?

이진욱 : 제가 늦게 데뷔를 했기 때문에 박형식 씨가 훨씬 어립니다(웃음)

 : 친구 한영훈(이승준)도 매력적인 캐릭터에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 마지막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 고마운 일이죠. 혹시 그런 친구 있으세요? 

이진욱 : 글쎄요.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되겠네요. 영훈은 선우를 유일하게 이해하는 친구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얼마나 친한가?’ 와는 다른 차원일 거예요. 친한 것과 많은 것을 나누는 것,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은 다른 것 같아요.

왠지 ‘나인’이 끝나면 더 어른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지만 마음을 나눌 친구도 있고 여자 친구도 있고,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애인이 조카가 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지만.

이진욱 : 그런 일을 겪고 망가지는 사람도 많잖아요. 다행히 친구가 곁에 있어서 ‘박선우’가 ‘박선우’일 수 있는 것 같아요.

 : ‘박선우’는 안 죽게 되는 거겠죠? 향을 손에 얻는 순간 기대감이 생기더라고요.

이진욱 : 왠지 자꾸 비극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웃음) 점점 증세가 더해진다거나 여러 가지 복선들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없잖아요. 과거로 돌아가서 바꾸는 것이 해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그 순간에는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잖아요. 복수가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다, 사실 더 큰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아요. 왠지 이 드라마가 끝나면 더 어른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로맨스가 필요해’에서는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면, 이번에는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죠. 그런데 형 박정우(전노민)의 죽음 앞에서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차분하던데요?

이진욱 : 몇몇 혼자 있는 장면에서는 감정을 드러내는데, 어렸을 때 엄청난 일들을 겪으면서 본인이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한 캐릭터였을 거예요. 저는 그런 점이 안쓰럽더라고요. 표현하며 살았으면 좀 나았을 텐데, 안으로 담아두다 보면 낙차가 생겨서 고스란히 본인의 상처로 돌아올 텐데. 그게 너무나 안 됐어요.
 
 
 
 
 
 
 : 그런데요. 군대 말투가 아직 남아있네요?

이진욱 : 제가 원래 좀 이렇습니다. 군대 이전부터 말투가 이랬어요. 그런 면에서 보자면 배우라는 직업과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배우는 표현에 있어서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표현을 하며 살지 않았기 때문인지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진 거예요.

 : 현장 분위기가 훈훈한데요. 김병수 감독님은 어떤 분이세요?

이진욱 : 열정적이시죠. 배우와 작품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느껴져요. 물론 다른 감독님들도 그렇겠지만 내 배우와 스텝들이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파악하고 계셔요. 

 : 앞으로도 여러 작품, 같이 하시게 되겠네요.

이진욱 : 네. 아마도.(웃음)
 
 
 
 
 
 
 
 
# 20년 전 과거의 ‘선우’, 박형식

올 초 KBS2 ‘드라마 스페셜 연작 시리즈-시리우스’에서 쌍둥이 역할로 1인 2역을 해낸 박형식, 우연히도 이번엔 거꾸로 2인 1역이다.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서 주인공 이진욱의 아역을 맡게 된 것.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이기에 초반 몇 회 나오고 사라지는 아역이 아닌 현재와 20년 전 과거의 주인공 둘이 조우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아역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로서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잠은 셈,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을까?
 
  

 
 : 솔직히 전에는 ‘제국의 아이들’ 무대를 봐도 박형식 군이 어디 있는지 구별을 잘 못했어요. 그런데 쇼케이스 때도 그렇고 음악 방송을 보게 되면 박형식 군만 찾게 되더군요. 

박형식 : 고맙습니다. 작년부터 연기를 시작했는데요.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 때는 정말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버거웠어요. 그러다 올해 ‘시리우스’라는 작품을 하게 됐는데 ‘바보 엄마’ 때도 그랬지만 감독님이나 스텝들, 선배님들께서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셨어요. 최대한 몰입하고 끌어낼 수 있게 도와주셨죠. 그러면서 인지도가 생기고, ‘나인’에도 캐스팅 된 거예요. 

어렸을 때는 다 똑같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 SBS ‘바보 엄마’를 볼 때만 해도 연기가 나쁘지 않은 정도였는데 ‘시리우스’를 거쳐 ‘나인’에 이르는 사이 일취월장을 했더군요. 자칫 잘못했다가는 이진욱 씨에게 폐가 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는데, 다행이에요. 

박형식 :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20년 후의 모습을 반영을 해야 하는가?’ 생각을 해봤고요. 그런데 지금은 멋있고 남자다워도 어렸을 때는 다 똑같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고등학생 때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감독님도 잘 이끌어주셨고요. 현장 자체가 저에겐 좋은 공부에요. 지금도 이진욱 선배님이 연기하는 것을 하나하나 유심히 보면서 배우고 있죠.

 : 작가님 말씀이 어린 선우가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 하시더군요. 촬영 일정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제아파이브’ 활동을 겸하게 되어 힘들겠어요. 곡 분위기는 발랄한데, ‘나인’에서는 고뇌하는 역할이기도 하고.

박형식 : 항상 생각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애를 써요. 스토리와 감정을 머릿속에 계속 가지고 있어야 다음 촬영 때 바로 끄집어 낼 수 있으니까요. 조금 힘들죠. 그래도 둘 다 저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이니까 어떻게든 열심히 해보려고요.

팬들이 좋아하실 걸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

 : 요즘 음악방송 반응이 좋더군요. 

박형식 : 저도 이제 조금이나마 알려졌고, 이미 알려진 멤버들도 많으니까 시너지효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작년까지는 음악방송 이외엔 뚜렷한 스케줄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팬 여러분들이 저를 보고 싶어 하셔도 음악방송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죠. 팬들이 좋아할 걸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
 
 
 : 말을 이렇게 조리 있게 잘하는데 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조용한가요?

박형식 : 거기서는 잘 못하겠어요.(웃음) 제 속마음을 얘기하는 거라면 잘 할 수 있겠는데 타이밍을 봐서 치고 빠져야 하는 예능은 어려워요.

 : 부모님들도 좋아하시죠?

박형식 : 전화 매일 하시죠. 20부작이어서 아직 많이 남았는데도 아쉬워하세요. 많이 안 나왔다고.(웃음) 보통 아역이었으면 3, 4회 정도 나오고 안 나올 텐데, 그래도 매 화 계속 나오지 않느냐고 말씀 드렸어요.

방송이 끝나자 선배님에게서 문자가 온 거예요

 : 진짜 이 학생이 자라서 이 남자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진욱 씨하고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참 고마운 일이죠?

박형식 : 좋죠! (자랑스러운 어조로) 극중 첫사랑이랑 영화관 가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본 방송이 끝나고 이진욱 선배님에게서 문자가 온 거예요. ‘방송 잘 봤다. 네가 내 아역이라는 것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라고 온 거예요.
 
 : 그런 표현 잘 안 할 것 같은 분이던데.

박형식 : 처음엔 저도 그랬어요.(웃음) 그러니 더 감동이죠. 현장에서도 진짜 가족 같은 느낌을 받아요. 촬영할 때마다 챙겨주시고. 항상 받기만 하니까 최대한 열심히 잘 해서 폐를 끼치지 말아야죠.

 : 제가 제국의 아이들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다 봤었는데 왜 그런지 박형식 군이 생각이 안 나요. 그때 보면 뭐랄까, 힘들고 희망이 없어 보였는데 지금의 위치에 오도록 다들 노력을 많이 했죠?

박형식 : 당시에는 머리도 길고 젖살도 많아서 지금이랑은 많이 달랐어요. 완전 다른 사람이에요.(웃음) 그때는 진짜 힘들었어요. 치열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각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는가가 중요하죠. 방향을 정하면 그 뒤는 쉬워지는 것 같아요. 

 : 중요한 고비를 한 단계 넘겼네요. 작가님과 이진욱 씨가 다들 착하고 열심히 한다고 칭찬 일색이었어요.

박형식 : 정말이요? 아유, 고맙습니다.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사진. tvN, 스튜디오S 박지현 김영주